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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l 소설 리뷰

랑가쥬, 그루

처음으로(?) 잔잔물을 읽어 봤는데 역시 문체 예쁜 잔잔물은 재밌다. 그루 님과 잘 맞을 것 같단 생각은 했지만 구작도 맞는 걸 보니 어쩐지 매우 기뻤던...

 

 

근데 엄청난 재미는 또 아니었고, 비엘적으로는 적당히 재밌었다. 청춘 분위기가 많이 나서 좋았다. 평소 다정공과 연하공 둘 다 선호하지 않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. 그치만 벨린이 때 읽어서 괜찮았던 거지 지금 읽으라고 하면 글쎄... 선뜻 손이 가진 않을 것 같다. 요새는 너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졌다 ;ㅁ;

 

글에서 문창/국문학과 티가 엄청 많이 난다. 글 쓰는 스타일도 그렇지만 작품에서 문학작품 언급이 꽤 많이 나오는데, 이게 굉장히 인상깊었다. 특히 심청전 얘기가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. 아 이러니까 작가 하는 거구나ㅋㅋ 싶었고 여기서부터 나한텐 작가>작품이 된 것 같은ㅋㅋㅋㅋㅋㅋㅋ

 

기라민 우유인. 이름이 투머치긴 한데 소설이니까 난 괜찮았다. 오히려 너무 평범한 것보단 특이한 게 각인이 쉽기도 하고ㅋㅋ 우유인 이름이 유우인과 항상 헷갈리긴 했는데 milk person으로 생각하니까 외우기 쉬웠던... ^ㅁ^

 

쌍방구원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난하게 좋아할 스타일. 

 

그루 님은 문장이 예쁘니까 발췌를 왠지 넣어야 할 것 같다. 아래는 발췌.

 

 

 

 

/

 

나는 가슴 속에 치는 파도를 그려 보았다. 방파제 역의 늑골에 와 부딪는 마음은 오래도록 해를 머금어 따뜻했다. 사실 바다가 겨우내 얼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여름에 받은 온도 때문이래. 그러니까 나도 분명 너로 인해 오래도록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.

 

 

 

"나는 네가 있어서."

"......"

"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."

 

근거는 없지만 그런 기분이 들어. 네가 있기 때문에 내 자신을 더 좋게 볼 수 있는 것 같아. 이대로라면 뭐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.

 

 

 

녀석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. 달아 보이는미소를 띤 입술이 소근소근 말한다. 자꾸 그런 소리 하면요.

 

"마음이 너무⋯."

"⋯⋯."

"다정해져요, 형."

 

베시시 웃어버렸다. 나도 그래.

 

 

 

우리는 언어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고 있다.

아무리 파고들어도 닿을 수 없는 지점은 있었다.

마음을 온전히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.

 

 

 

"형을 봤을 때요."

"⋯⋯."

"사랑할 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."

 

 

 

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빚이 쌓인다. 관계란 그래서 어려운 것이었다.

 

 

 

걷는다. 흔들린다. 말한다. 듣는다. 지나가는 하루가, 바람이, 공기가, 그리고 여전히.

당신을 사랑한다.

그래서 늘 속마음이 반짝, 반짝.

 

 

 

/

 

 

 

랑가쥬에서 제일 좋았던 건 위 발췌의 기라민. 형을 봤을 때 사랑할 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, 그게 자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그런 장면인데. 기라민도 자신만의 결핍이 있어 사랑받고 싶어했고, 우유인도 결핍이 있어 기라민이 말한 대로 사랑할 게 필요했고 그게 서로라는 점이 좋았다. 이래서 쌍방구원이 좋은 걸까...;ㅁ;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서ㅋㅋ

 

발췌 모아두니 그루 님 문체가 예쁜 게 확 와닿는다. 개인적으로 그루 님은 육각형 타입의 작가라고 생각ㅋㅋ 특히 최근작으로 올수록! 필력, 문장력, 캐릭터성, 비엘적 재미 등 이런 저런 요소를 놓치지 않고 챙기려는 게 보여서 더욱 호감인 작가님. 제일 최근작인 인터미션과 사한을 봐도 알 수 있듯, 비엘적 재미와 또 비엘에서 잘 볼 수 없는 스타일 둘 다를 취하려고 하시는 게 보여 좋다. 항상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거 같다. 그치만 뭐니뭐니 해도 그루 님의 최대 장점은 비엘에서 볼 수 없는, 사한이나 음력 7월 29일에서 맛볼 수 있는 감성이라고 생각한다. 대체불가인 느낌ㅋㅋ

 

어쨌든 랑가쥬 재밌게 읽었다. 그루 님 대표작 중 하나인 이유가 있는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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